
파킨슨병 환자의 최대 70%가 시각 환각을 경험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파킨슨병을 손 떨림이나 보행 장애로만 알고 있던 저로서는, 눈과 이 질환이 이렇게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게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시각 증상, 단순 노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만의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전혀 달랐습니다. 이 병은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서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면서 발생합니다. 여기서 흑질이란 중뇌에 위치한 신경 세포 집단으로, 운동 조절뿐 아니라 망막의 도파민 세포와도 연결되어 있어 시각 기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시각 증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외안부 이상: 눈 깜빡임 횟수가 줄면서 생기는 안구건조증, 눈꺼풀 경련으로 눈을 뜨지 못하는 안검 연축
- 안구 운동 이상: 복시(diplopia,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 가까운 거리에서 두 눈을 모으는 폭주 기능 저하
- 시각 이상: 대비 감도 저하, 색각 이상, 시각 환각
이 중 제가 특히 주목한 건 안구건조증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1분에 평균 15~20회 눈을 깜빡이지만, 파킨슨병 환자는 이 횟수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문제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이걸 단순한 눈 피로로 넘긴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증상은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라고 넘어가기가 너무 쉬워서,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복시 역시 간과하기 쉬운 증상입니다. 복시란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현상인데,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특히 가까운 거리를 볼 때 폭주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합니다. 이 상태로 책을 읽거나 운전 중 좌우를 확인하면 반응이 늦어질 수 있고, 계단에서의 낙상 위험으로도 이어집니다.
안경과 백내장 수술, 파킨슨병 환자에겐 선택 기준이 다릅니다
파킨슨병은 주로 55세 이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노안이나 백내장 같은 노화성 안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노안에 다초점 안경을 많이 쓰지 않습니까. 저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다초점 렌즈(progressive addition lens)란 원거리, 중간 거리, 근거리를 하나의 렌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굴절력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킨 렌즈입니다. 일반인에게는 편리하지만, 파킨슨병 환자는 구부정한 자세와 균형 감각 저하로 시선 이동 자체가 어렵습니다. 시선을 조금만 잘못 이동해도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어, 단초점 안경을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내장이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시야가 흐려지는 질환인데, 파킨슨병 환자는 망막이 얇아지고 도파민 세포가 감소해 있어 백내장이 더 심하게 느껴집니다. 수술 자체는 가능하지만, 인공수정체 선택에서 차이가 납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대신 단초점 렌즈나 확장 초점 심도 렌즈(EDOF, Extended Depth of Focus)를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여기서 EDOF 렌즈란 하나의 초점 거리에서 더 넓은 범위의 선명도를 제공하는 렌즈로, 적응 부담이 적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실용 정보가 보톡스 치료나 수술 가능성만 언급하고 비용이나 접근성은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 사례를 접하면서 느낀 건, 정보가 있어도 실제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면 결국 못 쓰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 진료 인원은 2022년 기준 11만 명을 넘어섰으며, 고령화와 함께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눈 검사 결과가 파킨슨병의 진행 속도를 말해 줍니다
이 부분이 제게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단순히 "눈이 나빠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안과 검사 수치 자체가 파킨슨병 예후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비 감도(contrast sensitivity)란 밝기 차이가 적은 환경에서 사물을 구별하는 능력입니다. 형광등 아래에서는 잘 보이다가 흐린 날이나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는 느낌, 파킨슨병 환자에게 특히 두드러집니다. 색각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망막의 도파민 세포 감소와 직접 연결됩니다. 레보도파(levodopa) 같은 도파민 보충 약물이 색각과 대비 감도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안과 검사가 약물 효과를 확인하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수면 장애와의 연결도 눈에서 출발합니다. 눈 안에는 멜라노신 신경 세포(melanopsin-containing retinal ganglion cells)가 있는데, 이 세포는 빛을 감지해 생체 리듬을 조절합니다. 파킨슨병으로 이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 수면-각성 주기가 흐트러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킨슨병과 유사하지만 예후가 훨씬 나쁜 진행성 핵상 마비(PSP, 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를 감별하는 데도 안과 진찰이 결정적입니다. 여기서 PSP란 파킨슨 증후군의 일종으로, 아래를 보려 할 때 눈이 잘 내려가지 않는 수직 안구 운동 장애가 특징적인 질환입니다. 이 증상이 있다면 파킨슨병과는 치료 방향이 달라지므로 신경 안과 진찰이 필수입니다. 국내 신경과학 분야에서도 파킨슨 증후군 감별에 안과와의 협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신경과학회).
파킨슨병을 오래 관찰해 온 입장에서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운동 증상이 주된 문제처럼 보여도, 시각 증상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신경과 진료와 함께 챙기는 것, 그게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비입니다. 혹시 주변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분이 있다면, 다음 신경과 방문 때 신경 안과 협진을 한번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