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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통증 (통증 부위별, 자가운동, MRI 한계)

by 건강한장 2026. 5. 31.

엉덩이 통증

 

 

 

오른쪽 엉덩이와 사타구니 쪽이 묵직하게 아팠던 게 벌써 몇 년 전 일입니다. 세 군데 병원을 전전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MRI상 특이 소견 없음"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통증은 분명히 있는데 내가 꾀병을 부리는 건지 싶어 진짜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를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엉덩이 주변 통증이 왜 10년, 20년씩 낫지 않는지, 그리고 집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통증 부위별로 의심 질환이 다르다

저처럼 엉덩이, 사타구니, 골반 옆쪽 어딘가가 아픈 분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허리 문제겠지"라고 뭉뚱그려 생각하는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통증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의심해야 할 질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타구니 단독 통증이라면 고관절 자체를 먼저 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관절와순(acetabular labrum) 손상입니다. 관절와순이란 고관절 소켓 가장자리를 둘러싼 섬유연골 구조물로, 쉽게 말해 고관절이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테두리 역할을 합니다. 스포츠를 즐기거나 반복적인 고관절 움직임이 많은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잘 생기는데, MRI를 찍더라도 어떤 부위를 찍느냐에 따라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avascular necrosis of femoral head)입니다. 여기서 무혈성 괴사란 대퇴골두, 즉 허벅지뼈 윗부분에 혈액 공급이 끊겨 뼈 조직이 죽어가는 질환을 말합니다. 과음이나 스테로이드를 오래 복용한 분들에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걸을 때 극심한 통증과 함께 한쪽 다리가 짧아진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질환은 조기 발견이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운동으로 접근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골반 옆쪽, 바지 옆 봉제선 부위가 아프다면 장경인대 증후군(IT band syndrome)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장경인대란 골반 옆쪽에서 무릎 바깥쪽까지 이어지는 긴 섬유 띠로, 달리기나 자전거를 즐기는 분들에게 특히 자주 생기는 과사용 손상입니다.

자가운동, 단계별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정보는 넘쳐납니다. 저도 한때 유튜브에서 허리 운동법을 찾아 무작정 따라 했다가 오히려 증상이 나빠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자가운동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무조건 따라 한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라, 현재 상태에 맞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배웠습니다.

엉덩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관절 외전 운동(중둔근 강화): 옆으로 누워 발목을 붙인 채 무릎만 떼어 올리는 동작부터 시작합니다. 중둔근은 보행 중 골반을 수평으로 유지하는 근육인데, 이게 약해지면 걸을 때 골반이 흔들리면서 고관절과 허리에 부담이 늘어납니다.
  • 장경인대 스트레칭: 스트레칭하는 쪽 다리를 반대쪽 다리 뒤로 빼고 벽을 잡은 상태에서 골반을 옆으로 밀어줍니다. 균형 잡기가 어려우니 반드시 벽이나 고정된 구조물을 잡고 해야 합니다.
  • 밴드 개걸음 운동: 무릎 주변에 밴드를 두르고 무릎을 45도 정도 구부린 채 옆으로 이동합니다. 장경인대 증후군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지만, 통증이 있을 때는 오히려 삼가는 게 좋습니다.
  • 짐볼 고관절 굴곡 운동: 벽에 짐볼을 대고 엉덩이를 기댄 상태에서 고관절을 부드럽게 굽혔다 폅니다. 통증이 심한 분들도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동작입니다.

제가 직접 시도해 본 것은 고관절 외전 운동과 짐볼 운동인데, 처음에는 중둔근에 힘이 들어간다는 느낌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근육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둔근(gluteus medius)이란 대둔근 위쪽에 위치한 중간 크기의 엉덩이 근육으로, 한쪽 다리로 설 때 반대편 골반이 내려앉지 않도록 버텨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근육이 약하면 걸음걸이가 흔들리고, 고관절과 무릎 모두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MRI가 '이상 없음'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적 이유

"MRI 찍었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분들이 자신의 통증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MRI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MRI는 촬영 범위를 설정해야 합니다. 담당 의사가 허리를 의심하면 요추부를, 고관절을 의심하면 고관절부를 찍게 됩니다. 예상 부위와 실제 문제 부위가 다를 경우, 찍어도 발견되지 않는 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근골격계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연간 수백만 명에 달하지만, 영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도 상당수를 차지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또한 관절와순 손상이나 고관절 힘줄염처럼 연부 조직 문제는 일반 MRI보다 조영제를 주입한 MRI 관절 조영술(MR arthrography)이 더 정확합니다. 여기서 MR arthrography란 고관절 안에 조영제를 직접 주입한 뒤 MRI를 찍어 연골이나 관절와순 손상을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일반 MRI로 이상이 없다고 나왔더라도 이 검사에서 손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근골격계 질환은 조기에 발견해 관리할수록 수술 없이 회복 가능한 비율이 높아집니다(출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무조건 MRI를 먼저 찍을 필요는 없지만, 운동을 꾸준히 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보행 시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라면 영상 검사를 미루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자가운동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경우

"이 운동들만 꾸준히 잘 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식의 표현을 접할 때마다 저는 조금 조심스러워집니다. 이건 제가 직접 잘못된 방식으로 운동하다가 증상을 키운 경험에서 오는 감각입니다.

관절와순 손상이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처럼 구조적 손상이 이미 진행된 경우, 자가 운동이 오히려 손상 부위에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고관절 충돌 증후군(FAI, femoroacetabular impingement)도 마찬가지입니다. FAI란 대퇴골두와 비구 사이에 뼈 구조의 이상으로 고관절 움직임 시 충돌이 발생하는 질환인데, 이 상태에서 무리한 고관절 굴곡 운동을 반복하면 관절와순 손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자가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신호들이 있습니다.

  • 안정 시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 한쪽 다리가 짧아진 느낌이 드는 경우
  • 보행 시 절뚝거리거나 통증이 심하게 유발되는 경우
  • 증상이 수개월째 나아지지 않는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자가운동보다 전문의 진료가 먼저입니다. 정보가 많아진 만큼 "일단 운동해보자"는 선택이 늘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선택이 회복을 더 길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엉덩이 통증은 원인이 제각각이고, 같아 보이는 증상도 실제로는 전혀 다른 질환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처럼 오래 아파도 원인을 못 찾고 있다면, 통증 위치와 어떤 동작에서 유발되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그 다음에 단계별로 운동을 시도해 보되,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영상 검사를 포함한 정밀 진료로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wo8ezMtu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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