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의 원인 중 유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5%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가족 중에 특정 질환이 있으면 나도 걱정부터 하는 게 보통인데, 실은 유전자 자체보다 그 가족과 똑같은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물려받은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은 꽤 오래 생각해볼 만했습니다. 이 글은 거창한 건강법이 아니라, 지금 당장 생활 속에서 면역력을 올릴 수 있는 방향을 정리한 것입니다.
장 건강이 곧 면역의 출발점
장에 사는 미생물의 총 무게가 약 1.5kg에 달합니다. 뇌의 무게와 같다는 사실이 처음엔 좀 낯설게 느껴졌는데, 알고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음식으로 섭취한 모든 것은 소장을 통해 혈관을 거쳐 최종적으로 뇌에 도달합니다. 장의 상태가 결국 뇌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세로토닌(serotonin)입니다. 세로토닌이란 감정 안정, 수면, 식욕 조절 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립니다. 이 세로토닌의 약 90%가 뇌가 아닌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도파민(dopamine)의 50%,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melatonin), 신경을 안정시키는 가바(GABA)도 마찬가지로 장내 미생물이 생성합니다. 수면 문제나 불안감이 있을 때 뇌부터 살펴보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좀 순서가 다릅니다. 장부터 체크하는 게 먼저입니다.
유산균은 이 장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유산균(probiotics)이란 장내 유해균의 침입을 막고 유익균 환경을 유지하는 미생물로, 면역 반응이 시작되는 장의 최전선을 지키는 존재입니다. 다만 유산균 섭취에서 중요한 건 종류보다 양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균수가 장에 도달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유산균을 아깝게 조금씩 먹는 것보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용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장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적게, 골고루, 규칙적으로 먹는 것
- 위가 70% 정도 찼을 때 멈추는 소식(小食) 습관
- 채소, 과일, 씨앗류와 함께 달걀, 생선, 두부 등 단백질 섭취 병행
- 유산균은 충분한 용량으로 꾸준히 섭취
자율신경계와 척추의 숨은 연결
등이 굽는 건 단순히 자세의 문제가 아닙니다. 척추 안에는 뇌에서 전신으로 신호를 보내는 척수 신경(spinal nerve)이 지나갑니다. 척수 신경이란 척추뼈 사이사이를 통해 각 장기로 연결되는 신경 다발로, 이 경로가 눌리면 해당 장기로 가는 신호 자체가 끊기거나 약해집니다. 등이 한쪽으로 굽거나 눌린 부위가 생기면, 그 아래 연결된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도 등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란 심장 박동, 소화, 호흡 등 의식 없이 작동하는 신체 기능 전반을 조절하는 신경계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등이 딱딱하게 굳는 경험, 아마 다들 있으실 겁니다. 제가 직접 느껴봤는데, 등이 굳으면 갈비뼈가 충분히 펴지지 않아서 숨을 깊게 쉬기 어려워집니다. 산소 공급이 줄어들면 만성 피로로 이어지는데, 많은 분들이 이걸 영양 부족으로만 생각하고 피로 회복제를 찾습니다. 그런데 원인이 자세에 있다면 아무리 영양제를 먹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더불어 눌린 부위는 혈액 순환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 세포 기능이 저하되고 장기적으로는 세포 돌연변이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부러라도 허리와 어깨를 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억지로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횡격막이 열리고 갈비뼈 사이가 벌어져 숨 쉴 공간을 확보한다는 감각으로 접근하면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습관이 유전을 이긴다는 말의 진짜 의미
"아버지가 암이라서 나도 암이 될 것 같다"는 말을 주변에서 꽤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암 발생 원인 중 유전적 요인은 5% 수준에 불과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암의 약 30~35%는 식습관, 약 25~30%는 흡연에 의해 발생합니다.
([출처: WHO](https://www.who.int))
즉, 식습관과 금연만으로도 암 발생 위험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식습관과 금연만으로도 암 발생 위험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보고, 저는 유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지금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부모님과 같은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자란 사람이 부모님과 비슷한 병을 갖게 된다면, 그건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같은 습관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유전은 가족력이 아닌 습관의 흐름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백신이 면역력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백신은 특정 병원체에 대한 면역 반응을 사전에 훈련시켜 감염 시 중증화를 막는 방어 수단입니다. 자연 면역력을 키우는 것과 백신 접종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건강 정보는 동기부여 측면에서 유익할 수 있지만, 출처 없는 수치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은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 몸의 체세포는 25~30일 주기로 교체됩니다. 3개월이 지나면 몸의 구성 세포 대부분이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즉, 지금 당장 식습관과 자세를 바꾸기 시작하면 3개월 후의 몸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술, 담배, 설탕, 스트레스, 수면 중 본인이 가장 현실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하나를 먼저 선택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면역력을 깨우는 자세 운동법
등 쪽 면역력을 자극하는 운동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똑바로 앉은 상태에서 무릎을 붙이고, 양팔을 귀보다 뒤로 90도 이상 올려 손바닥이 앞을 향하도록 유지합니다. 이 자세를 15분간 유지하면 성장 호르몬(growth hormone) 분비가 촉진됩니다. 성장 호르몬이란 세포 재생과 조직 회복을 담당하는 호르몬으로, 분비가 활성화되면 체내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합니다. 여기서 한쪽 발을 살짝 들어 버티면 허벅지 근육 강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관절이 불편하거나 운동이 오래 어려우셨던 분도 처음엔 10초씩 시도하면 됩니다. 이 동작은 줄기세포(stem cell)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줄기세포란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거나 새로운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입니다. 스트레칭이 줄기세포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도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분야이므로, 만병통치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직접 이 자세를 시도해봤을 때, 처음 며칠은 어깨가 당기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자 앉아서 일할 때 등이 덜 뭉치는 게 느껴졌습니다.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돈이 들지 않고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지속할 이유가 됩니다.
건강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깁니다. 그런데 실제로 면역력을 올리는 방향은 의외로 일상에 가까이 있습니다. 장을 편하게 해주는 식습관, 등을 펴는 작은 습관, 그리고 내 몸의 변화 원인이 유전이 아닌 선택에 달려있다는 인식 전환 — 이 세 가지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다만 어떤 건강 정보든 개인의 상태는 다르므로, 만성 질환이 있거나 증상이 뚜렷하다면 전문의 상담을 함께 병행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