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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오해와 진실 (인슐린 저항성, 한국인 췌장, 당뇨 치료제)

by 건강한장 2026. 5. 13.

 

당뇨 오해와진실

 

주변에서 당뇨 진단을 받은 분들을 보면 두 가지 반응이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식단을 극단적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아예 포기하거나. 저도 처음엔 이 두 반응이 성격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둘 다 당뇨가 왜 생기는지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었습니다. 병의 원리를 알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인슐린 저항성, 왜 생기고 왜 무서운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뇨의 원인이 "당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에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인슐린이 초인종을 눌러도 세포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이 만들어지고, 이 포도당은 혈액을 타고 온몸의 세포로 전달됩니다. 이때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바로 글루트 4(GLUT-4)입니다. GLUT-4란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의 세포막에 위치한 포도당 수송 단백질로, 인슐린이 분비될 때만 세포 표면으로 이동해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세포 내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이 신호 전달 과정 자체가 망가진다는 점입니다. 결국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려 하고, 혈액 속에는 인슐린과 포도당이 동시에 높게 유지되는 이상한 상태가 됩니다. 당뇨 환자의 혈액 검사에서 인슐린 수치와 혈당 수치가 함께 올라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만이 당뇨와 연관되는 것도, 체지방이 세포 안에 쌓여 이 신호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지, 단순히 '포도당을 많이 먹어서'가 아닙니다.

한국인 췌장이 특히 취약한 이유

"별로 뚱뚱하지도 않은데 당뇨가 왔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런 분을 직접 알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냥 운이 나빴나 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수천 년 농경 문화의 흔적이라는 설명을 접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의 조상들은 오랜 기간 소식 위주의 농경 생활에 적응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췌장의 베타 세포(Beta Cell)가 위축되는 방향으로 유전자가 형성됐습니다. 베타 세포란 췌장 안에 있는 세포로, 인슐린을 직접 합성하고 분비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한국인은 이 베타 세포의 인슐린 생산 능력이 서구권 사람들에 비해 유전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문제는 1970년대 이후 식습관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시작됐습니다. 잦은 식사, 고칼로리 식단, 단짠 조합의 음식들이 일상화되면서 췌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인슐린 분비 요구를 받게 된 겁니다. 실제로 국내 당뇨병 유병률 통계를 보면 이 흐름이 수치로 확인됩니다. 2023년 대한당뇨병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6.7%로, 성인 6명 중 1명꼴입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서구권보다 평균 체격이 작고 비만율도 낮은데 유병률은 더 높다는 점은, 유전적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됩니다.

이 맥락을 알고 나면 당뇨 예방에서 '얼마나 먹느냐'만큼 '언제, 얼마나 자주 먹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이 납득이 됩니다.

당뇨 치료제, 종류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제가 이 주제를 공부하면서 가장 실용적으로 느낀 부분이 바로 치료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약이 많다고 다 같은 약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어떤 약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어떤 약은 증상만 억누른다는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당뇨 치료제는 크게 작동 방식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메트포르민(Metformin): 세포의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낮춰주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체중 감량과 유사한 효과를 내며, 현재까지도 제2형 당뇨의 1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권고됩니다.
  •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을 강제로 더 많이 분비시킵니다. 이미 지친 베타 세포를 더 쥐어짜는 방식이라, 장기적으로는 베타 세포 기능 저하를 가속할 수 있고 저혈당 위험도 있습니다.
  • 인슐린 주사: 췌장이 더 이상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단계에서 외부에서 직접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저혈당 관리가 필수적으로 따라붙습니다.

저혈당(Hypoglycemia)이란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어지러움, 식은땀, 심하면 의식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설포닐유레아나 인슐린 주사를 사용할 때 저혈당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히 짚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당뇨는 정상으로 돌리기 쉬운 병"이라는 말, 저는 이 표현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2형 당뇨는 체중 감량과 식단 조절로 혈당이 정상화되는 사례가 분명히 있지만, 제1형 당뇨(자가면역 반응으로 베타 세포 자체가 파괴되는 유형)는 전혀 다른 병입니다. 이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인 환자가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을 끊거나 치료를 미룬다면,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오히려 빨라질 수 있습니다. 대한내과학회 역시 당뇨 치료는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약물 선택과 용량 조절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내과학회).

약의 원리를 아는 것은 치료에 협조적인 환자가 되기 위한 준비입니다. 어떤 약이 왜 처방됐는지를 이해하면, 그 약을 거부할 이유가 아니라 더 잘 쓸 이유가 생깁니다.

당뇨를 처음 진단받았다면, 혹은 주변에 그런 분이 있다면, 병의 원리부터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출발점입니다. 식단을 바꾸는 것도, 약을 선택하는 것도, 원리를 알아야 방향이 보입니다. 유튜브나 블로그 글은 입문 정보로는 유용하지만, 치료 판단의 근거로 삼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쉽게 설명된 글이 곧 정확한 정보는 아니라는 점, 저도 이 주제를 파고들면서 계속 되새기게 됐습니다. 진단을 받았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이 글은 그 상담 전 배경지식을 갖추는 용도로만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당뇨 치료와 관련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m7VeKol9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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