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들고 "제가 뭘 잘못 먹었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지혈증의 원인을 파고들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잘못 먹어서 생기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약이 꼭 정답인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드는 게 솔직한 반응이었습니다.
동맥경화는 왜 생기는가, LDL과 혈관의 관계
동맥경화(atherosclerosis)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동맥경화란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딱딱해지면서 혈액 흐름이 방해받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것이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핵심은 LDL 콜레스테롤(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입니다. LDL이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콜레스테롤을 세포에 전달하는 운반체인데,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손상된 혈관 벽에 들러붙어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문제는 이 손상이 고혈압처럼 다른 원인에 의해 이미 진행되고 있을 때 LDL이 더 쉽게 침착된다는 점입니다. 즉, LDL 수치가 높은 것 자체보다, 혈관이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와 맞물려서 위험도가 결정됩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콜레스테롤 = 나쁜 것"이라는 단순 공식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실제로는 콜레스테롤 자체가 호르몬 생성과 세포막 구성에 필수적인 성분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HDL 콜레스테롤(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은 반대로 혈관 곳곳에 퍼진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회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흔히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지만, 학술적으로는 HDL과 LDL 모두 콜레스테롤이라는 같은 물질을 운반하는 형태가 다른 것일 뿐입니다.
국내 성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021년 기준 40.5%에 달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중장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LDL 측정 기술이 보편화된 2000년대 이후부터는 젊은 층에서도 진단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스타틴은 정말 '선물'인가, 약물 치료의 빛과 그늘
스타틴(statin)은 고지혈증 치료의 핵심 약물입니다. 스타틴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효소(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해 LDL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통칭합니다. 실제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예방 효과가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약물이기도 합니다.
일부에서는 스타틴을 현대 의학이 준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 표현이 반은 맞고 반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효과 면에서는 충분히 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스타틴 복용 후 근육통, 피로감, 다리에 쥐가 나는 증상을 경험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더 나아가 장기 복용 시 간 수치(AST, ALT) 상승이나 혈당 조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꾸준히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소폭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대한내과학회). 물론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는 이득이 이 위험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 현재 의학계의 주류 입장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까지 알고 복용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스타틴 복용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LDL 수치 단독이 아닌, 고혈압·당뇨·흡연 등 복합 심혈관 위험 인자를 함께 평가
- 근육통(근육병증)이나 간 수치 이상 등 초기 부작용 여부를 복용 후 모니터링
- 약물 상호작용 가능성(특히 다른 약을 병용하는 경우) 확인
-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바꾸고 싶을 때 반드시 의사와 먼저 상의
제 경험상 이 목록 중에서 가장 간과되기 쉬운 게 마지막 항목입니다. 증상이 없었던 사람이 약을 먹은 뒤 부작용을 느끼면 혼자 중단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게 치료 공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내장지방과 마른 비만, BMI가 말해주지 않는 것
BMI(체질량 지수)는 체중(kg)을 키의 제곱(m²)으로 나눈 값입니다. 여기서 BMI란 1800년대 벨기에 통계학자 케틀레가 고안한 지수로, 집단적 경향을 파악하는 도구였지 개인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반영하는 수치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비만 판단의 기본 기준처럼 쓰이고 있어, 여기서 오류가 생깁니다.
특히 한국인에게 흔한 마른 비만 체형, 즉 팔다리는 가늘고 복부만 나온 경우를 BMI로 측정하면 정상 범위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체형은 내장지방(visceral fat)이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장지방이란 복강 내 장기 사이에 축적된 지방으로, 피하지방과 달리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을 한꺼번에 악화시키는 대사 이상의 핵심 원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운동과 식이조절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에서 조금 다르게 봅니다. 고혈압처럼 운동만으로 수치가 극적으로 내려가는 질환과 달리, 고지혈증은 유전적으로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 능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은 LDL 수치 자체보다도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운동과 식이조절이 드라마틱한 콜레스테롤 감소를 가져오진 않더라도, 대사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데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메가3(omega-3 지방산) 섭취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데, 이 역시 중성지방 수치에는 일정 효과가 있으나 LDL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고 개인 차이가 큽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결국 본인의 유전적 대사 경향과 현재 생활 습관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고지혈증은 겉으로 아무 증상이 없어서 방심하기 쉬운 질환입니다. 그렇다고 진단 결과 앞에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약을 무조건 피하려는 태도도 득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하고, 어떤 분은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실질적인 위험 감소가 가능합니다. 결국 자신의 LDL 수치, 다른 위험 인자, 그리고 체성분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보고 전문의와 함께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